[김준영 칼럼] 퇴직금 산식을 둘러싼 사업주의 억울함,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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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법정과 노동 현장에서 기업과 근로자를 두루 조력해 온 변호사이자 공인노무사로서, 필자는 근래 퇴직금을 둘러싼 근로감독 현장의 일을 적잖은 무게로 지켜보고 있다.
성실히 지급하고도 시정지시를 받는 사업주들
근로감독관들이 사업장의 퇴직금 산정 내역을 점검하면서, 1일 통상임금이 1일 평균임금보다 크면 이미 지급한 퇴직금과의 차액을 지급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형사 입건되어 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될 수 있다.
이 시정지시에는 법적 근거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은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통상임금을 평균임금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고, 조문에 예외가 없는 이상 감독관은 법대로 집행할 수밖에 없다. 퇴직금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조항의 취지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다만 처분을 받은 사업주들의 사정도 들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결근이나 휴직 같은 근로 공백 없이 약정한 임금을 모두 지급했고, 퇴직 때에도 근로자가 마지막 3개월간 실제로 받은 임금을 기초로 근속 1년당 30일분의 퇴직금을 정산했다고 말한다. 법을 지켰다고 믿었는데 임금체불이라는 평가를 받고 형사절차의 대상이 되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당혹스러울 만한 상황이다.
역전은 어디서 생기는가
1961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평균임금의 산정 방식이 종전의 총근로일수 기준에서 산정기간의 총일수 기준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평균임금이 낮아져 근로자에게 불리해질 가능성을 보완하고자,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통상임금을 평균임금으로 보는 하한 규정이 함께 도입되었다.
이후 노동환경과 통상임금 법리는 크게 달라졌다. 먼저 주 40시간제가 정착되었다. 주휴 8시간을 포함하는 전형적인 월급제 근로자의 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는 약 209시간이고, 이를 하루 8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26.125일이다.
통상임금의 범위도 넓어졌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정기상여금 등의 통상임금성이 폭넓게 논의되었고, 2024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이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면서 그 범위는 더 넓어질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연장근로가 거의 없는 사업장에서는 결근 없이 정상 근무해도 1일 통상임금이 1일 평균임금보다 상당히 높아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월 300만원의 고정급을 받는 근로자를 예로 들어 보자. 퇴직 전 3개월의 총일수를 90일로 가정하면 900만원을 90일로 나눈 1일 평균임금은 10만 원이고, 여기에 30일을 곱하면 300만원이다. 반면 월 300만 원 전액이 통상임금이라고 가정하면, 이를 209시간으로 나눈 시간급에 8시간을 곱한 1일 통상임금은 약 11만 4,833원이고, 여기에 30일을 곱하면 약 344만 원이 된다. 평균임금으로 계산할 때보다 약 44만 원이 많다.
평균임금은 역일을,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퇴직금 산정에서는 다시 30일분을 적용한다. 서로 다른 세 가지 산정 체계가 한 식 안에서 만나 이런 차이가 생긴다.
이를 근로자가 마땅히 받을 몫으로 볼지, 산정 체계가 결합하며 나타난 결과로 볼지는 견해가 갈릴 수 있다. 다만 현재의 노동환경과 임금체계가 관련 규정이 만들어질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법원의 판단도 갈리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의 문언에 따라, 정상적으로 근무한 후 퇴직한 경우에도 통상임금이 평균임금을 넘으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본 하급심 판결들이 있다.
반면 대구지방법원은 2025년 8월 21일 선고한 2024나318050 판결에서 다른 판단을 내렸다. 퇴직금 제도의 본질이 종전 생활임금의 보장에 있고, 제2조 제2항은 평균임금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경우를 보완하는 하한 규정이라는 취지에서 근로자들의 추가 퇴직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두 견해는 각각 법률 문언과 제도의 취지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쟁점을 명확히 정리한 판례는 아직 찾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감독관도, 사업주도, 근로자도 예측 가능한 기준을 갖기 어렵다.
다른 나라의 제도는 어떠한가
외국 제도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 제도의 우열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모든 근로자에게 일반적인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사용자가 퇴직금 제도를 두는 경우 적용 대상과 산정·지급 방법 등을 취업규칙에 정하도록 한다. 미국도 연방법상 일반적인 퇴직 일시금 지급의무가 없으며, 은퇴소득은 401(k) 같은 퇴직연금제도가 주로 뒷받침한다.
영국의 법정 정리해고수당은 경영상 이유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고 지급액에도 법정 기준이 있다. 독일은 우리와 같은 일반적 법정 퇴직금 제도가 없고, 해고 분쟁 과정에서 일정한 보상이 이루어진다. 오스트리아는 퇴직 일시금 중심의 제도를 사용자가 외부 기금에 부담금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이들 제도는 역사와 노동시장 여건이 저마다 달라 그대로 들여올 수 없다. 우리 퇴직금 제도가 후불임금의 성격을 지니고 근로자의 노후와 생활 안정에 이바지해 온 점도 분명하다.
다만 자발적 퇴직자까지 폭넓게 법정 퇴직급여를 보장하면서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이라는 두 기준임금을 함께 운용하는 구조는 국제적으로 보편적이라 보기 어렵고, 이번과 같은 산정기준의 충돌 가능성도 여기서 비롯된다는 점은 짚어 볼 만하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
이 문제를 두고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감독관은 법을 집행했고, 근로자는 법이 정한 퇴직금을 청구했으며, 사업주는 성실히 지급했다고 믿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한 결과가 충돌한 것이라면, 갈등의 원인은 사람이 아니라 제도의 틈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법원의 판단이 정리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현장의 부담은 쌓인다. 판례가 언제, 어느 방향으로 정리될지 알 수 없고, 개별 사건의 해석만으로 구조적 문제를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특정한 입법 방향을 서둘러 정답으로 삼는 것도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노·사·정이 함께하는 공론의 장이다. 제2조 제2항의 하한 규정을 어떤 경우에 적용할 것인지, 주 40시간제 아래에서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의 서로 다른 산정체계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는 어떻게 정합성을 맞출 것인지를 열린 자세로 논의해야 한다. 근로자의 퇴직급여 보장이라는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 논의의 전제여야 함은 물론이다.
근로자의 정당한 몫을 지키는 일과, 법을 지키려는 사업주에게 예측 가능한 기준을 주는 일은 서로 부딪히는 가치가 아니다. 노동 현장의 상식과 법의 취지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노사와 정부, 국회가 머리를 맞대기를 기대한다.
김준영 변호사·공인노무사 약력
(현) 법무법인 선인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현) 노무법인 선인 대표노무사
(현) 국민체육진흥공단 안심변호사
(현) 대법원 국선변호인
(현) 중앙노동위원회 권리구제대리인
(전) 중소기업중앙회 노무분야 자문위원
출처 : 파이낸셜리뷰(http://www.financialre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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